심리치료와 미술치료의 차이점 - 앞서 기술한 심리치료의 개념은 미술치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술치료에서 치료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대상도 사람의 마음이다. 사용하는 용어나 기술하는 범위, 혹은 초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다루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내부에 있는 심리적 실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미술치료의 이론적 토대가 정신 역동적 이론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미술치료가 하나의 독립 분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심리치료와는 다른 면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미술'의 존재 때문에 생긴 결과다. 매체 사용으로 인한 특성이나 상호작용 과정의 본질적 차이 외에 미술치료만의 독특한 면은 치료 대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전통적으로 심리치료에서 다루지 않는 대상을 미술치료 분야에서 포함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라든가 전반적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 치매 노인 등이다. 이들은 심리적 기능이 매우 위축되어 있어서 깨달음을 통한 변화를 목표로 삼는 전통적 심리치료에서는 거의 포함하지 않았던 대상들이다. 왜냐하면 언어를 사용하는 심리치료에서는 사고 능력을 전제로 한다. 사고할 수 있어야 추상적인 개념을 형성할 수 있고 자기 내면 상태를 기수라며 어떤 것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인과를 밝히거나 논박함으로써 바꾸어 갈 수 있다. 지능이 낮거나 뇌 기능 손상으로 인지 결손이 생긴 경우에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제한적이어서 말을 통해 내면을 이해하고 변화시킨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대상들, 사고 능력이 약한 사람들을 미술치료에서는 포함하게 되었다. 미술이 가진 감각적 구체성과 비언어적 의사소통 통로, 시각적 사고 등의 특성으로 인해 치료 대상자들이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확장은 거의 필연적으로 혼란스러움과 이론, 실제 간 괴리를 가져왔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미술치료는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자 미술 과정과 작품을 매개로 사용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후 치료 대상이 확장되면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발달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시도와 개념이 등장했다. 이 둘을 대조해서 보면, 전자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왜 그러한지 이해하고 바꾸어 나가는 변화가 목적이지만, 후자는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감각경험 및 감정 경험을 통해 새롭게 형성해 가는 발달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미술치료가 처음 출발하던 당시에는 기존의 심리치료와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 자극보다는 그것을 해석하는 마음을 중요하게 다루었는데, 이후 미술치료가 확장되면서 마음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치료하게 되었고 이들에게 좋은 자극물로서의 미술 경험, 미술 재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지속해서 개발되었다. 어찌 보면 미술치료에서 통찰 지향적인 치료 외에 다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혁명과도 같은 큰 변화였다. 왜냐하면 미술치료는 정신 역동적 입장에 뿌리를 내리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출발할 때 입고 있었던 껍질을 벗고 나오듯이, 미술치료는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제 현장에서도 급격하게 팽창했다. 그러면서 감각의 자극과 발달적 과업의 성취가 치료 목표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내적인 표상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내담자들의 경우에 구체적인 실제 대상이 지지기반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한 치료의 목표 설정이 제한적인 경우에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도전하고 실패 혹은 성공을 하는 것이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분명한 이해와 구분 없이 미술치료를 접하게 될 경우, 이론과 실제 간의 괴리로 심각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론으로는 역동적 입장의 미술치료를 배우고, 실제에 있어서는 발달적 문제를 가진 미술 치료 대상자들을 만난다고 생각해 보라. 자신이 배운 미술치료 이론은 아무런 영향력도 지니지 못한 채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허황한 이론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며, 실제에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술치료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다면, 이러한 문제를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미술치료 분야에서 미술치료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두드러진다. 정서적인 문제나 대인관계 문제, 가족 문제 등으로 심리적인 부분을 바꾸면 변화가 가능한 경우에는 실제 미술치료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미술치료라는 이름을 붙이기를 꺼린다. 예를 들어 정서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할 경우, 기관 측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괜한 오해를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치료라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에 비해 지적장애 아동에게 실시하는 미술 수업의 경우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만성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미술 시간의 경우는 너무도 손쉽게 미술치료라는 이름을 붙인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치료 목표가 불분명하며 치료개입 역시 모호한 감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개 이러한 시간을 인도하는 자원봉사자는 미술치료 이론을 갓 접한 상태에서 미술로 치료가 된다는 것을 경험해 보고자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들인데, 배운 것과 실제 간의 괴리 때문에 의욕이 꺾이고 혼란스러워하다가 실습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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